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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유월절이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한다는 해석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대부분 구약 성서만을 참고했을 때 나타나는 경향이다. 만약 고대 근동의 다른 문헌들을 확인해 본다면, 그 시대의 사관이 이 명절이 부활과 관련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게 무슨 관계가 있는 거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성서는 고대 근동 문화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우가리트의 <바알 주기 Baal Cycle (기원전 16세기 이후에 처음으로 기록되었지만, 기원전 12세기에 바빌로니아의 이신 제2왕조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역사상 최초로 바빌론의 주신이기만 한 마르둑을 메소포타미아 신들의 왕으로 지위를 격상시키면서 그 때 처음으로 만들어진 바빌로니아 신화인 <에누마 엘리시>의 원형이었을 것으로 여겨짐)> 신화는 폭풍신 바알 하닷이 용의 모습을 한 혼돈의 바다 신 리워야단을 물리치고 7일 동안 성전을 건설함으로써 세상의 질서를 정립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바빌로니아의 창세 신화인 <에누마 엘리시 Enūma Eliš (기원전 12세기 무렵 혹은 그 이후로 추정됨)>도 용의 형상을 한 혼돈의 바다 신 티아마트를 물리친 폭풍신 마르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 Epic of Gilgamesh>는 고페르로 만들어진 방주를 통해 홍수를 피해 살아남은 우트'나아(노아)'피쉬팀의 이야기와 이브/하와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건네주는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여자인 샴하트를 통해 교육을 받고 지성을 얻어 짐승들이 있는 숲에서 나와 도시의 문명인으로 엔키두의 이야기와 뱀의 유혹으로 인해 영생을 잃게 된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13세기의 '신-리키-우닌니 Sîn-lēqi-unninni'가 이야기들을 집성하여 기록한 것이다). 바빌로니아의 <아다파 서사시/아다파와 남풍 Epic of Adapa/Adapa and the South Wind>는 뱀과 저승의 신 닌기쉬지다(Ningishzida; "좋은 나무[의] 주인 Lord [of the] Good Tree"이라는 뜻)와 다른 신들 앞에서 영생의 열매와 생명의 물을 마시기를 거부해 영생의 기회를 잃게 된 에리두의 현자 아다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음 글에서 알아보았듯이 <수메르 왕명록 Sumerian King List>은 창세기와 동일한 족보를 나열한다.
- 아다파는 지우수드라/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후 키시의 왕이 수메르 땅을 치리했지만 백성들이 방황해 신들이 새로 세운 목자로, 에리두 출신이었다 [11].
- 아다파와 알룰림, 그리고 수메르 왕명록에 대해서 더 자세한 점은 다음 글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거기에 더해 기원전 23세기의 아카드 제국의 창시자인 사르곤 대왕과 이스라엘인들을 이끈 모세와 기원전 10세기 북이스라엘 왕국을 건국한 여로보암과 에돔의 왕이 되어 유다 왕국과 다투었던 하닷의 탄생 설화 혹은 지도자/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거의 동일할 정도이다. 사르곤과 모세 모두 갈대 상자에 담겨 강에 흘려 보내져 왕궁에 입양되었고, 사르곤은 왕이 자신을 죽이려하였으나 먼저 왕을 죽여 새로운 왕이 되었고, 모세, 여로보암, 그리고 하닷은 왕이 자신을 죽이려 할 때 이방 땅으로 도피하였다가 다시 돌아와 백성들을 노역이나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다 (모압 왕 메사의 이야기 역시 모세와 유사한데, 그는 양을 치던 목자였지만 지도자가 되어 이스라엘의 지배 아래에서 노역을 하던 모압 백성들을 해방시켰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성경의 창세기와 유사성을 띄고 있으며, 이들 모두 셈족의 기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다음 글에서 언급한 이집트 중왕국 시대인 기원전 18세기의 문학 작품인 <시누헤의 이야기 Tale of Sinuhe>도 모세, 여로보암, 하닷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제12왕조의 파라오 아메넴헷/아메넴헤트 1세(기원전 20세기)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새로 등극한 왕의 진노가 두려운 신하 시누헤는 죽음이 두려워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레체누 Retjenu) 땅으로 도망하였고, 이곳에서 족장에게 인정을 받아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새로운 족장까지 되었지만, 고향 땅인 이집트가 그리워 아들에게 족장의 자리를 맡기고 이집트로 돌아가 다시 가족들과 재회하였으며, 왕의 진노는 사그라들었기에 시누헤는 다시 명예를 회복하고 이집트에 묻혔다는 이야기이다. 이 밖에도 성서의 이야기와 유사한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두 형제 이야기 Tale of Two Brothers>이다.
※ 요셉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를 언급하였기에 다음 글에서 언급한 "가뭄 석비(Famine Stela)"와 같은 요셉 이야기와 유사한 또 다른 이야기를 떠올릴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설명하자면, 프톨레마이오스 5세(기원전 205-180년)의 치세 시절, 엘레판틴 지역의 크눔 신의 사제들의 권력의 정당성 부여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가뭄 석비"라고도 불리는 석비에 세겨져 있으며, 이야기의 내용은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를 건축한 것으로 유명한 제3왕조의 파라오인 조세르(기원전 2686–2648년)에 대한 것인데, 이야기에 따르면, 7년의 기근이 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르의 재상이었던 임호텝이 엘레판틴의 크눔신께 도움을 청하여 그를 꿈에서 만나고 그의 사원을 복원하였으며 정기적으로 그에게 제물을 바칠 것을 명하여 나일 강이 다시 범람하여 기근을 물리쳤다고 한다. 이야기에 7년의 기근이 등장했기 때문에 성서 속 요셉 이야기를 연상케 하지만, 7년의 기근은 고대 근동의 다른 문학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보편적인 요소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여섯번째 토판에서는 천신 아누(안)가 길가메시의 도시인 우루크에 7년의 기근이 있을 것이라 예언하는 내용이 등장하며, "Book of the Temple"로 알려진 Joachim Friedrich Quack가 번역한 중왕국 시대(기원전 20-17세기)의 파피루스(p. Wien D6319)에는 어떻게 신전을 건축하고 신전/사원의 사제들이 행동하고 일해야 하는 지를 기록하는 동시에 제2왕조의 파라오 네페르카소카르(Neferkasokar; 기원전 2740년)의 치세 때 7년의 기근이 있었고 네페르카소카르가 이집트 전역의 신전들을 보수하고 복원하자 기근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기록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왕국 시대 때 처음으로 형성되었으리라고 추정되는 것이며, 파피루스 자체는 기원전 237년경의 것이다) [9-10].
<에누마 엘리시>와 <길가메시 서사시>는 이스라엘이 속한 북서 셈인들, 즉 아모리인들이 후에 이주한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신화와 서사시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그리고 우가리트 신화 역시 북서 셈인들이 만든 것이다. 사르곤은 셈족 유목민인 아카드인 출신이었고, 모압과 에돔과 이스라엘은 모두 한 계통의 민족들이었다. 이렇게 보면 문화적으로나, 기억적으로나 공유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며, 따라서 초기 히브리인들의 사관, 가치관, 문화는 그 시대의 시리아 지방의 아모리인과 같은 북서 셈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창세기의 이야기 뿐 아니라, 이 글의 주제인 유대인들의 명절인 유월절은 북서 셈인들의 중심지인 시리아 지방에 존재하던 명절과 매우 유사하다. 시리아 지방의 고대 도시 에마르(Emar, 오늘날의 Tell Meskene)는 중기 청동기 시대와 후기 청동기 시대에 번성했던 도시로, 기원전 18세기의 아모리인들의 국가인 마리(Mari) 왕국의 기록에도 등장하며, 또 다른 아모리인들의 국가인 얌하드(Yamhad)의 지배를 받았었다. 이 도시는 기원전 1187년경에 당시 여러 도시 국가들과 제국들처럼 "후기 청동기 붕괴 Late Bronze Age Collapse" 속에서 몰락했지만, 이 도시가 남긴 기록은 이 명절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에마르에서 발견된 기록들 가운데는 "주크루 Zukru"라는 시리아 지방의 아모리인들의 명절을 언급한다. 이 명절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유월절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주크루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축제는 유월절처럼 첫째 달 14번째 날에 시작하여 7일간 지속된다 [1]. 그리고 유월절 동안 히브리인들이 집 문설주에 피를 발랐던 것처럼 도시의 성문들이 있는 입구의 신성한 돌들에 피를 바르는 의식을 거행한다 [1].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유월절이 태어난 첫 수컷 짐승들을 야훼께 바치는 명절이라면, 주크루는 동일하게 곡식과 농업의 신이자 최고 신의 엘의 아들인 다간/다곤(바알 하닷의 아버지; 19-20세기 초부터 다곤은 반인반어 형상을 한 아시리아 부조와 연관지어졌고, 생선과 어업의 신으로 잘못 알려졌다)에게 태어난 첫 수컷 짐승들을 바치는 명절이었다 [2]. 여기서 오해할까봐 미리 말하지만, 이것은 유대인들이 주크루 명절을 그대로 배껴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화권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주크루 명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첫째 달 14번째 날은 히브리인/유대인들 뿐 아니라 당시 같은 문화권에 있었던 아모리인들 역시 자신들이 따르는 신께 태어난 첫 수컷 짐승들을 바치는 명절로 여겨졌었다는 것이다. 모세가 유월절 기념을 명령했을 때 유대인들이 즉각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관습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주크루 명절도 유월절처럼 부활과는 무관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가리트 신화의 기록을 바탕으로 고대인들이 이 시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장손(태어난 첫 생물) 외에 또 다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흥미롭게도, 두 기록(유월절에 대한 성서의 기록과 주크루 명절과는 무관한 에마르의 다른 기록) 모두 공통적으로 "레셰프 Resheph"를 언급한다 (물론, 레셰프가 시리아와 가나안 지방의 주신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며, 주크루 명절과 관련된 기록에서 언급된 것은 아니기에 그를 주크루 명절과 연관지을 수는 없다). 출애굽기의 10가지 재앙에 대한 성서의 또 다른 구절인 시편 78:48에는 "그들의 가축을 '우박'에게, 그들의 양 떼를 '번갯불'에게 넘기셨으며"라는 말씀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박"으로 번역된 것은 "데벌 דָּ֑בֶר"로 에블라의 주요신들 중 하나였으며 [4-5], "번갯불"로 번역된 것은 "레셰프 רֶ֖שֶׁף"로, 에블라와 가나안에서 숭배받던 판테온(Pantheon) 중 하나로, 후에 이스라엘의 수도가 된 주요 가나안 도시인 세겜의 수호신이자 전쟁과 전염병의 신이었다 [4]. 레셰프는 에마르의 기록들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7]. 이안 러더포드(Ian Rutherford)는 "시장(market)의 네르갈(Nergal,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저승과 전쟁과 역병의 신으로, 에블라와 우가리트와 같은 시리아와 가나안 지방에서 레셰프와 동일시 되었다)" 또는 "시장의 주(lord)"로 언급되는 신이 례셰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장하였으며 (네르갈이 시장과 관련지어지지는 않았지만, "후르리/후리안 Hurrian" 전승/신화에서 레셰프는 시장과 관련지어졌었다) [8], 이는 존 트레이시 테임즈(John Tracy Thames)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12]. 레셰프는 사마리아 왕국(또는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인 세겜의 주신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는 또한 황혼과 평화의 신이자 예루살렘(샬림/슐만의 기초/도시라는 뜻)의 주신인 샬림/슐만(Shulman)과 자주 연관지어지거나 동일시되었고, 합쳐져 레셰프-슐만(Resheph-Shulman)이란 신으로도 역사에 등장하는데 (레셰프는 태양의 수호자이자 저승의 문지기 신이었는데, 이곳은 고대 가나안인들에게 있어서 매일 해질녘(황혼)에 해가 지는 곳이었기에 두 신이 연관지어지는 것이나 동일시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13], 슐만은 성서의 솔로몬(사무엘하 12:25에서는 다윗이 그를 솔로몬, 즉, 샬림 신의 이름이 들어간 이름을 부여하여 칭한 것과 달리 선지자 나단은 그를 여디디야, 곧, 샬림이 아닌 야훼의 이름이 들어간 이름을 부여하여 부른다), 압살롬(슐만은 나의 주이시다라는 뜻; 사무엘하 5:20에서 다윗은 야훼를 바알이라 불렀다), 아시리아의 왕의 이름으로 종종 사용되던 살만에셀(슐만은 탁월하시다/으뜸이시다)이라는 이름에서도 확인된다.
※ The Phoenician God Resheph in the Bible:
※ 한 가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레셰프는 하박국 3장에서는 데벌과, 신명기 32장에서는 "케테브 קטב (우가리트 신화; KTU 1.5 ii:24; 가나안 신화 속 바알 하닷에게 얌/리워야단에 이어 죽임을 당한 죽음과 저승의 신 "모트 Mot"의 하수인)"와 함께 등장하는데, 하박국 3:5에서 데벌은 "역병"으로, 레셰프는 "불덩이"로 번역되었으며, 신명기 32:24에서 레셰프는 "불 같은 더위"로, 케테브는 "독한 질병"으로 번역되었다 [4, 6].
고대 시리아, 우가리트, 가나안 지역의 농민들에게 있어서 첫째 달의 명절은 매우 중요한 명절이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고대 가나안의 사람들은 농부들이었으며, 주크루 명절이나 유월절 명절은 모두 일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성장기의 끝 무렵에 있는 수확 직전에 열린다. 겨울 동안 곡식을 자라게 하는 비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불안한 시기였는데, 특히 심한 폭풍 하나가 밀밭과 보리밭을 파괴하여 잘 익은 식물들을 쓰러뜨리고 곡식을 썩게 할 수 있고, 사람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3]. 그래서 어떻게든 고대인들은 비를 멈춰야 했고, 학자들에 의해서는 이것이 유월절의 원래 기능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3]. 가나안의 비의 신은 엘이 세운 후계자인 바다와 강들과 혼돈의 신 얌/나하르/로탄(리워야단)을 몰아내고 새로운 신왕의 자리에 오른 신이자 최고 신 엘의 아들인 다곤의 아들 바알(하닷)이었다. 가나안/우가리트 신화인 <바알 주기>에서는 매년 봄에 비가 그치고 매년 가을에 돌아오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에서는 가나안 사람들의 죽음과 저승의 신 모트(Mot; 얌의 형제)가 매년 새롭게 바알을 죽이며, 이 때문에 바알이 가을에 다시 부활할 때까지 저승(스올 Sheol)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3]. 신화에서는 모트가 바알의 여동생 아낫/아나트(Anat)에게 "가장 강력한 바알과 대결한 것은 나였고, 그를 '어린 양'처럼 만든 것은 나였다"고 말했는데, 모트가 바알을 죽이고 삼키는 것을 가축을, 그것도 어린 양을 먹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 유월절의 본래 상징성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아마도 어린 양을 먹음으로써 가나안 사람들은 이것이 비를 제때 멈추기를 바라며 바알을 먹는 모트의 모습를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있었을 것이다 [3]. 이는 성서가 설명하지 않는 유월절 제사의 뼈는 온전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격언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데, 아마도 고대 가나안과 시리아인들은 바알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사용된 양의 뼈가 부러지면 이것이 다시 한번 비가 필요한 가을에 바알의 부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 우가리트 신화가 창세 신화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기에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는 일반적으로 먼 옛날에 있었을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지는 반면에 계절의 변화는 주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덴마크 학자 야콥 그뢴브크(Jakob Grönbæk)에 따르면, 고대 근동인들에게, 특히 고대 레반트인들(이스라엘인 포함)에게 있어서 창조는 원래 먼 과거의 단일 사건이 아니라 매년 우주를 재생/재창조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매년은, 모든 새해는 새로운 시작이자 그러한 시작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었다. 일례로,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의 경우, 그뢴브크를 포함한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세계의 창조와 야훼의 즉위(야훼께서 만물의 주인시자 신들의 왕으로 오르는 것)와 그의 왕권은 매년 새해에 기념되었는데, 이는 고대 가나안/이스라엘 달력에 따라 추수하는 계절인 가을에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새해는 추수와 야훼의 왕권을 기념하기 위해 원래의 초막절, 곧, 우가리트 신화와 창세기 1장과 동일하게 7일이라는 기간을 가진 절기가 열렸던 해이며, 이러한 주제를 포함하는 가장 오래된 시편들 중 일부는 이 축제를 위해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박국 3장의 경우, 음악적인 표기법을 포함하고 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같은 축제 기간 동안 불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하박국 3장은 우가리트 신화에서 폭풍신이 바다의 신이자 판관 나하르(강이라는 뜻)라고 불리우는 얌(바다라는 뜻)과 싸우고, 또, 레셰프라는 전쟁과 전염병의 신과 함께 등장한 것("... Baal smote the dragon and rejoiced and poured out ... on the earth ... the archer Resheph ... shot his kdneys and his heart." - KTU 1.8.2.1-3)과 동일하게 야훼의 바다(얌)와 강(나하르)들을 향한 진노와 그들과의 싸움, 그리고 야훼의 종으로서의 레셰프(하박국 3:5)를 언급한다.
-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가리트 신화가 계절의 변화, 곧, 주기적인 계절의 변화를 폭풍신의 바다의 용신(얌)과 죽음의 신(모트)과의 전투들을 통해서 나타낸다는 것, 다음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가리트 신화의 기원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히타이트 신화에서는 폭풍신(타르훈즈 Tarḫunz; 후르리인들의 신화의 '테슙 Teshub')의 바다의 신과 죽음의 신과의 전투들이 아니라 건기와 가뭄을 상징하는 지하세계의 용신 일루얀카/일루양카(Illuyanka)와의 전투 만을 기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봄의 축제인 푸룰리(Puruli)축제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우가리트 신화와 유사한 신화인 에누마 엘리시라는 신화를 가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역시 마르둑이 바다의 용신 티아마트를 물리친 것과 이를 기념하고 보리 파종을 기념하기 위한 봄철 축제가 있었다는 것은 창조가 먼 옛날의 한 사건이 아니라 해마다 기념되던 주기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주며, 모두 계절의 변화와 농업과 관련되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 다음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봄 축제(푸룰리 축제)에서 암송되었을 히타이트의 타르훈즈 신화에서 뱀/용(일루양카)는 건기를, 폭풍신의 최종 승리는 봄이 오는 것을 나타내며, 나아가 신화는 전체적으로 계절의 순환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왕은 폭풍신의 아들로 여겨졌는데, 히타이트 학자인 볼케르트 하스에 따르면, 뱀/용(일루양카)을 물리치는 데 있어서 그의 도움은 왕권 제도에 대한 배경(일종의 정당성)을 제공한다고 한다 (신화에서 폭풍신 테슙이 인간 여성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사루마 Sarruma'는 그가 일루양카와 싸울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해당 신화의 후기 버전에서 폭풍신과 싸운 괴물(용)은 바다 뱀(용)으로 그 특성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폭풍신이 바다와 바다 뱀 모두와 싸운다는 우가리트 신화, 곧, 시리아의 신화는 히타이트 신화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또, 이러한 신화는 가장 초기에는 바다 신과의 전투 보다는 건기와 혼돈을 상징하는 신과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이렇게 알아보았듯이 히브리인들 뿐 아니라 당시의 가나안과 시리아의 셈인들은 유월절과 같은 날에 뼈를 부러뜨리지 않고서 어린 양을 먹었을 것이고, 바알 하닷의 온전한 부활을 염원했을 것이다. 훗날 히브리인/유대인들은 이를 자신들이 애굽을 나온 사건인 출애굽을 기념하는 명절이자 장손을 주께 드리는 명절로 인식하게 되었고, 여기서 주크루 명절과 같은 의미만 남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활이라는 의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는데, 이는 신약의 그리스도께서 이를 다시 바꾸어버리셨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이 멸망한 지 500년도 더 지난 먼 미래에 갑자기 나타난 이가 완전히 잊혀진 고대의 의미를 상기시킨 것이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심연에서 자라는 영생을 주는 식물이 장미와 같은 가시를 가진 가시나무로 묘사되었으며, 고대 유다 왕국의 라기스에서 발견된 도기 파편(Lachish Ostracon IV)에는 하나님의 상징으로 가시나무를 사용한 이름인 "야훼는 나의 가시나무(출애굽기 속 떨기나무)"라는 뜻의 "스나갸 Sennachiah"가 등장하고, 출애굽기에서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가시나무를 통해 나타나셨다고 기록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영생을 주는 이이자 영생으로 통하는 문이자 길이 자신이며, 또, 모세에게 나타난 것이 자신이었음을 보여주듯이 가시관을 쓰시고 우리의 죄를 위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사망(모트)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으며, 유월절을 이러한 자신의 부활과 연관지으셨다. 부활 후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가 신(엘)의 아들이자, 부활 후 하나님의 우편에 앉았다(마가복음 16:19)고 기록되었다. 이것이 바알 하닷이 예수라는 이야기나 자연 현상인 폭풍을 의인화한 바알 하닷이 신이라는 이야기나 다신교를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많은 이들이 고대부터 죽음에서 부활해 자신들에게 단비를 내려주기를 염원했던 이가 예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그리스도께서 유월절의 본의미를 회복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참고:
[1] Cohen, M. Festivals and Calendars of the Ancient Near East. CDL Press, 2018.
[2] Cohen, p. 336.
[3] Was Passover Originally an Ancient Canaanite Ritual to Stop the Rains? A discrepancy in the biblical Book of Exodus could indicate that Passover originated not in Egypt but right here, in ritually eating the pagan god Baal. Elon Gilad, April 2 2015. https://www.haaretz.com/jewish/2015-04-02/ty-article/.premium/passover-canaanite-ritual-to-stop-rain/0000017f-db20-d856-a37f-ffe052970000?v=1682834373051
[4] The Phoenician God Resheph in the Bible https://isthatinthebible.wordpress.com/2014/05/05/the-phoenician-god-resheph-in-the-bible/
[5] John Day, Yahweh and the Gods and Goddesses of Canaan, 2000, p. 199.
[6] Qeteb קטב, Dictionary of Deities and Demons in the Bible Online https://referenceworks.brillonline.com/entries/dictionary-of-deities-and-demons-online/qeteb-DDDO_Qeteb
[7] Torrecilla, Eduardo (2017). "Divine Names in the Tell Hadidi/Azû Texts". KASKAL. Rivista di storia, ambienti e culture del Vicino Oriente Antico. Firenze: LoGisma editore. 14. ISSN 1971-8608. pp. 10–11.
[8] Rutherford, Ian (2019). "Gods of the Market Place. Merchants, Economics and Religious Innovation". Economy of religions in Anatolia from the early second to the middle of the first millennium BCE. Proceedings of an International Conference in Bonn (23rd to 25th May 2018). Münster: Ugarit-Verlag. ISBN 978-3-86835-313-6. OCLC 1150637988. p. 84.
[9] Joachim Friedrich Quack, "Ein ägyptisches Handbuch des Tempels und seine griechische Übersetzung," Zeitschrift für Papyrologie und Epigraphik; 119 (1997), pp. 297–300.
[10] Cyrus H. Gordon, "Before the Bible: The common background of Greek and Hebrew civilization," Orientalia, 22 (1953), pp. 79–81.
[11] Antoine, Cavigneaux (2014), "Une version Sumérienne de la légende d'Adapa (Textes de Tell Haddad X)", Zeitschrift Für Assyriologie (in French), vol. 104, pp. 1–41, doi:10.1515/za-2014-0001, S2CID 162264587.
[12] Thames, John Tracy (2020). The politics of ritual change: the Zukru festival in the political history of late Bronze Age Emar. Leiden: Brill. ISBN 90-04-42911-5. OCLC 1157679792. p. 110.
[13] H.O. Thompson, Mekal, the God of Beth-Shan, 1970, p. 160. This association makes sense, since Resheph guarded the gateway to the Netherworld where the sun would descend each day at d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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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덤불에 나타나신 분이 가시관을 쓰셨다 (0) | 2023.06.12 |
아람이 아닌 암몬의 선지자 발람,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진 유다를 지배했을 암몬 왕 하나넬과 모압 (0) | 2023.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