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인 저에게 있습니다. 외부 사이트에 퍼가는 것과 그대로 복사하여 사용하는 것, 그리고 출처 없이 언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두 단어, "참나무/상수리나무"를 뜻하는 "엘론 אַלּוֹן"과 피스타치오 나무의 한 종류인 "향엽나무"를 뜻하는 "엘라 אֵלָה"인데, 고대인들이 두 나무를 다른 종으로 보거나 구분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학자들은 두 단어가 성서 시대의 "큰 나무"를 뜻하는 동의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1]. 흥미롭게도, 두 단어는 어원적으로 "하나님/신"을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인 "엘 אֵל"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나무를 신성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들이 고대 근동의 다른 사람들처럼 나무를 신성시했다는 것은 이들이 고대 근동인들과 나무에 대한 존경심을 공유했음을 제시한다 [1-2].
성서에는 이를 보여주듯이 몇가지 중유한 장소들이 나무와 관련지어 등장한다. 창세기 35:8에서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가 묻힌 곳은 벧엘의 참나무(큰 나무) 아래였으며, 그녀가 묻힌 참나무(큰 나무)는 "곡함의 나무"라는 뜻의 "알론바굿"이라 불리게 되었다. 창세기 12:6-7에서는 세겜(Shechem) 땅 모레(Moreh)의 참나무를 통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만나주시고, 그와 대화하셨는데, 현대 학자들은 "모레 moreh"가 "가르치다/지도하다(to instruct)"라는 뜻의 히브리어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보기에 "모레의 참나무(큰 나무) elon moreh"가 "가르치는 큰 나무"를 의미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고대인들이 나무를 신격화하여 숭배했던 것은 이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특히 세겜의 나무는 중요시되어 구약의 여러 사건들과 연관되어 등장하는데, 야곱은 우상을 그 아래에 묻었고 (창세기 35:4), 아비멜렉은 거기서 왕관을 썼고 (사사기 9:6), 여호수아는 그 나무 아래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규합하였고 그들과 하나님 사이에 맺어진 언약을 기념하기 위해 그 아래에 큰 돌을 세웠다 (여호수아 24:26) [1]. 사사기 9:6에서, 아비멜렉의 대관식에 대한 묘사에서 세겜의 참나무 옆에서 종교적 장소에서만 등장하는 "기둥 מֻצָּ֖ב"이 등장한다는 것은 나무가 신성시되었고, 사원이나 작은 성소가 이미 건축되었음을 암시하며, 세겜의 사원이 나무와 관련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후기 청동기 시대(1550-1200 BCE)의 가나안에서 발견된 도상학적 증거들에서 다산의 상징으로서 신성한 나무와 기둥이 사용된 것이 확인되며, 철기 시대의 고대 이스라엘에서 역시 기둥은 매우 흔했고, 다산의 여신 아세라 숭배의 상징으로 기능한 동시에 이스라엘 전체에 걸쳐 야훼의 제례 용품의 일부로서 여겨졌었다 [3-4]. 그리고, 세겜이 사사기 9:27에서 "언약의 하나님(엘)"을 뜻하는 "엘 베리트 אל ברית"의 집으로 언급된다는 것, 그리고 사마리아인들이 세겜 땅에 위치한 게리심(Gerizim) 산이 성서의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칠 뻔 하여 엘(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모리아(Moriah;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의 성전산으로 봄) 산이라 보는 것과 기원전 5세기 무렵에 이곳에 성전을 건축하고 [1], 오늘날까지 제사를 드리는 것은 세겜과 세겜의 나무가 신성시되었음을 뒷받침한다.
※ Moses before the burning bush, Marc Chagall 1966, Museum Aan De Stroom
물론, 세겜의 참나무 외에도 다른 지역의 나무들도 신성시되었음을 성서의 여러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과 그의 아들들은 야베스(Jabesh)의 "엘라(큰 나무)"에 묻혔으며 (역대상 10:12), 사사기 6:11에서 하나님의 천사는 오브라(Ophrah)의 "참나무"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고 하며 [1], 창세기 13:18에서는 하나님께서 세겜의 참나무 뿐 아니라 헤브론 땅 마므레의 참나무를 통해서 아브라함을 만나주셨다고 하고, 사무엘하 5:23-24과 역대상 14:14-15에서는 다윗이 블레셋의 군대와 전투를 벌일 때 하나님께서 나무를 통해 다윗과 그의 군대보다 앞서 나가서 블레셋을 치신다는 신호를 보내셨고, 출애굽기 3:2에서는 가시나무(떨기나무)를 통해서 모세에게 나타나셨다고 하니 말이다.
※ Lachish Ostracon IV: "May Yahweh cause my lord to hear this very day tidings of good! And now according to everything that my lord hath written, so hath they servant done; I have written on the door according to all that my lord hath written to me. And with respect to what my lord hath written about the matter of Bethharaphid, there is no one there. And as for Sennachiah, Shemaiah hath taken him and hath brought him up to the city. And as for thy servant, I am not sending anyone thither [today(?), but I will send] tomorrow morning. And let my lord know that we are watching for the signals of Lachish, according to all the indications which my lord hath given, for we cannot see Azekah."
그런데, 가시나무는 앞서 다루었던 참나무와는 다르게 그 의미가 더 특별하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가시나무가 하나님(야훼)을 상징하는 데에도 사용되어졌으며, 고대 근동의 문헌에서는 영생과,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대 유다 왕국의 도시 라기스(Lachish)에서 출토된 기원전 590년경의 유물(Lachish Ostracon IV)에서는 "스나갸 Sennachiah"라는 이름을 기록하는데, 이는 "야훼는 나의 가시나무이다"라는 뜻이며, 여기서 "가시나무"를 의미하는데 사용된 히브리어 "세네흐 סנה"는 출애굽기 3:2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실 때 사용한 가시나무와 같은 단어라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유다 왕국 시절까지 나무는 신성시 되었으며, 특히 가시나무는 하나님(야훼)과 직접적으로 연관지어졌다.
길가메시 서사시(11번째 토판, 기원전 7세기)에서는 심연에서 자라는 영생을 주는 식물이 장미와 같은 가시를 가진 가시나무로 묘사되었고 [5], 정말 흥미롭게도,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리기 전 가시나무로 된 관을 쓰게 되셨다. 가시나무 사이에서 나타나 모세를 만나주셨던 영생을 주시는 이께서 가시관을 쓰신 것이었다.
참고:
[1] Did Ancient Jews Worship Trees? The Hebrew words for 'oak' and 'terebinth' seem to derive from the ancient word for 'god' - el. A Tu Bishvat special. Elon Gilad, Feb 4, 2015. https://www.haaretz.com/jewish/2015-02-04/ty-article/.premium/did-ancient-jews-worship-trees/0000017f-e683-da9b-a1ff-eeefdfdd0000
[2] 주원준, 『구약성경과 신들』, 한님성서연구소, 2012. p. 181.
[3] Judith M. Hadley, The Cult of Asherah in Ancient Israel and Judah: Evidence for a Hebrew Goddess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81. Cf. Saul M. Olyan,Asherah and the Cult of Yahweh in Israel, SBL Monograph Series 34 (Atlanta: Scholars Press, 1988).
[4] Othmar Keel and Christoph Uehlinger, Gods, Goddesses, and Images of God in Ancient Israel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8), 269-70. Keel attributes this to Egyptian influence
[5] 주원준, pp. 190-191.
'Hi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 가나안/우가리트 신화가 말하는 유월절의 진짜 의미: 부활 (0) | 2023.06.13 |
---|---|
하나님께서는 왜 성막에 거하셨을까? (0) | 2023.06.12 |
아람이 아닌 암몬의 선지자 발람,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진 유다를 지배했을 암몬 왕 하나넬과 모압 (0) | 2023.06.12 |
에돔과 미디안과 야훼 신앙의 기원 (0) | 2023.06.12 |
여리고는 정말로 무너졌을까? 그렇다면, 언제, 누구에 의해 무너졌을까? (0) | 202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