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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리트(우가릿) 문학 기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세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바알 주기 Baal Cycle>과 <케레트의 전설 / 키르타 서사시 Legend of Keret / Epic of Kirta>, 그리고 <아크하투 이야기 / 아크하투 서사시 Tale of Aqhat / Epic of Aqhat>일 것이다. 이들 모두는 기원전 15-13세기 사이에 저술된 기록으로, 우가리트의 왕 닉마두(니크마두)의 비서이자 타이유(관직 이름 [2])이자 서기관이자 야르가부와 타루메니의 주인인 슈반 사람 일리밀쿠(Ilimilku)가 필사한 것이다 [1-2, 20]. 이 중 <아크하투 서사시>는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다니엘(다니일루 Danel; "하나님 / 엘은 재판관이시다"라는 뜻)이라는 한 왕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니엘은 구약 성서의 다니엘 선지자와는 무관하고, 오히려 에스겔 14:14, 14:20, 그리고 28:3에서 언급되는 다니엘과 동일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서의 기록에 부합하게 이야기내에서도 의롭고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과부와 고아의 송사를 판결하고 해결해주었다고 소개된다 ("몸을 일으켜 성문 앞에 앉았다. 타작 마당의 '웅장한 나무 아래서 / 높은 분들 사이에서' 그는 과부의 송사를 판결했다. 그는 고아의 송사를 해결해 주었다."; KTU 1.17 (AQHT A)의 다섯째 단) [3]. 그는 용맹한 하르나미야(Hrnmyl; KTU 1.17 (AQHT A)의 첫째 단; 이집트 문서에 증거된 시리아 지명을 가리키며, 오늘날 레바논의 '헤르멜 Hermel'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4]) 사람으로, 라파우('Rapha' / 'Rpum' / 'Rapi'uma'; KTU 1:20–22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신격화된/존경받는 죽은 조상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던 표현이었으며, 또, 고대 우가리트의 장례문이나 종교적 문헌과 같은 대부분의 다른 북서 셈족 기록들에서도 죽은 조상이나 죽은 왕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다 [21-22]), 곧 후대의 사람들에게 존경받던 의인이었다 [4].
※ 에스겔서에서는 "요드 יֵּ (i 발음)"가 없이 그저 "단엘/다넬 דנאל"이라 기록되었기에 다니엘(דָּנִיֵּ֣אל)과는 확연히 다른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지만, 편의상 이 글에서는 다니엘이라 부르도록 하겠다.
다니엘은 '다나티야'라는 아내가 있었으며 [3], 파갓 / 푸가투(Paghat / Puǵatu)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지만 [5], 자신의 형제들과 달리 아들이 없었기에 대를 이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4]. 그래서 그는 자신이 따르는 신께 아들을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성전에서 6일 연속으로 제사를 드린다. 일곱째 날 바알 하닷은 최고 신 엘께 다니엘에게 아들을 주도록 요청했고, 엘은 이에 동의하였으며, 그렇게 다니엘은 다나티야를 통해 아크하투라는 아들이 낳을 수 있었고, 출산과 결혼의 여신인 코샤로투 / 코타랏(Kôṯarātu / Kotharat)에게 감사하며 그녀를 초대하는 잔치를 열었다. 이후, 다니엘이 장인 신인 코싸르 / 코타르(Kothar; '능숙한 자'라는 뜻 [3])와 하시수 / 하시스(Khasis; '지혜로운 자'라는 뜻 [3])의 배고픈 배를 위하여 양 한마리를 잡아 음식으로 주었고, 마실 것까지 주었기에 코싸르와 하시수는 다니엘에게 활을 주었으며 [3], 다니엘은 이를 자신의 아들이자 어린 아이에 불과한 아크하투에게 주었다.
※ Tablet bearing part of the Danel epic, Louvre
시간이 흘러, 아크하투가 청년이 되자, 다니엘은 잔치를 열었고, 다양한 신들이 이에 참석하였다. 이 때 지혜의 여신이자 바알 하닷의 아내인 아낫 / 아나투(Anat)는 아크하투에게 활을 자신에게 준다면, 보상해주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아크하투는 이를 거절한다. 아낫은 금과 은을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으며, 불멸 곧 영생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아크하투는 사람을 불사를 누릴 수 없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언젠가 죽는다며 이를 거절하였다 [6]. "내 활은 전사들을 위한 [도구라오.] 여자가 [그것으로] 사냥할 수 있겠소? (KTU 1.17 (AQHT A)의 여섯째 단 40행; "활은 전사를 위한 도구요. 일반 사람들이 그것으로 사냥할 수 있겠소?"로도 번역된다)"[6] 라는 망언을 하면서 아낫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화가 단단히 난 아낫은 아크하투를 그를 죽이고 갈아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두 강의 원천에 거하는 최고 신 엘에게로 찾아간다 [6]. 아낫은 엘에게 아크하투를 죽일 수 있게 허락해 달라 간청했고, 엘은 그런 아낫의 요구를 들어주어 그녀로 아크하투를 죽이는 것을 허락했다. 아낫은 자신을 따르는 여신의 전사이자 독수리의 모습을 한 신인 얏투파누(Yatpan / Yattupanu)와 독수리들로 달의 신 야리크 / 야리쿠(Yarikh)가 다스리던 도성 아빌루마(Abiluma)에 있던 다니엘의 아들 아크하투의 정수리를 내리쳐 죽게 하였다 (KTU 1.18 (AQHT B)의 넷째 단) [7]. 아낫은 아크하투의 심장을 없애고 원하던대로 활을 빼앗았다 [8].
※ 에스겔 14:20에서 다니엘에 대해서 "그들은 자녀도 건지지 못하고 자기의 의로 자기의 생명만 건지리라"라고 기록된 것은 성서에서는 아크하투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으로 묘사되지 않았음을, 아크하투는 자신의 죄 때문에 죽었음을 보여준다. 아크하투가 아낫에게 한 말들을 살펴본다면, 그가 가부장적이고 교만한 자였기에 의인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아크하투의 죽음으로 애곡하였다. 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다니엘은 성문에서 과부와 고아들의 송사를 해결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시체에 독수리가 몰려드는 것처럼, 아크하투가 죽자 그 주위, 곧 그의 아버지인 다니엘의 집 위를 독수리들이 배회하고 있었고, 땅은 갑자기 화폐화되고, 식물들은 시들어버렸다 [9]. 이때 이를 보고 누자신의 집의 누군가가 죽은 것을 먼저 알게 된 푸가투는 서둘러 다니엘에게로 왔다. 푸가투는 "속으로부터 눈물을 쏟았다" [9]. 푸가투는 "다니엘의 옷을 찢었다" [9]. 푸가투는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어 무고한 피를 흘렸기에 땅에는 병충해와 비가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일어났다 [9]. 다니엘은 가뭄이 지나가고 농작물이 지나가기를 기도하였고, "물을 관찰하는 여인"이자 "물방울로부터 이슬을 연구하는 별들의 길을 아는 여인"인 자신의 딸 푸가투에게 당나귀를 타라 명했다 [10]. 푸가투는 자신의 아버지를 들어 올려 당나귀에 앉히고 같이 타고 곡식 밭으로 들어섰다 [10]. 그리고 젊은 남자들이 다니엘과 푸가투에게 이르렀다 [10]. 그들은 다니엘과 푸가투에게 아낫 여신이 아크하투를 살해한 일을 모두 말하였다. 자신의 집에서 죽은 게 동생이며, 이 모든 재앙이 동생의 억울한 죽음으로부터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푸가투와 그녀의 아버지 다니엘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었다. 다니엘은 분노를 느끼며 복수를 원한다고 통곡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얏투파누와 독수리들 곧 얏투파누의 아버지 하르가부(Hargabu)와 어머니 차말루(Ṣamalu; '잘 익은 무화과라는 뜻으로, 여성의 풍만한 가슴을 빗대는 표현이다 [12])를 저주하였다 [12]. 그는 바알 하닷에게 그들의 날개를 부수어 떨어지게 하여 자신으로 그들 안에 아들의 시신이나 유해의 일부가 있는 지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고, 바알 하닷은 그들의 날개를 부수어 떨어지게 하였다 (KTU 1.19 (AQHT C)의 첫째 단) [12]. 하르가부 안에는 아들의 시신이 없었지만, 차말루 안에는 아들의 시신 곧 아들의 지방과 뼈가 있었다 (KTU 1.19 (AQHT C)의 첫째 단) [12]. 다니엘은 죽은 자신의 아들이 깨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슬퍼하고 통곡하며, 그를 킨네렛/긴네렛(갈릴리) 호숫가에 묻었다 (KTU 1.19 (AQHT C)의 첫째 단) [12]. 다니엘은 자신의 무덤 위를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이 자신의 아들로 편안히 잠들지 못하게 훼방한다며 저주하였다 [13]. 다니엘은 이후 달의 신 야리크의 도성 아빌루마를 저주하였으며, 자신의 아들이 죽은 그 책임이 아빌루마 위에 있을 것이고, 세대에 세대를 걸쳐 아빌루마는 눈이 멀고 영원히 피난민이 될 것이라 선언하였다 (KTU 1.19 (AQHT C)의 넷째 단) [14]. 다니엘은 집으로 가서 통곡하였다. 무려 7년 동안 다니엘은 슬픔에 잠겼다.
※ 참고로, 구약 성서의 여리고/예리코는 "달신(야리크)의 집"을 뜻하는 벧 예라(Beth Yerah; 키르벳 케락 Khirbet Kerak)과 함께 고대 가나안과 이스라엘의 달신 야리크 신앙의 중심지였었으며 [15][16], 특히, 갈리리 호수 인근의 도시인 벧 예라는 <아크하투 서사시>에서 "아빌루마 벧 예라 (야리크의 집/도성 아빌루마/아벨루마; '아빌' = 히브리어 '아벨')" 로 언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17].
7년째 되던 해에 다니엘은 곡하는 여인들로 곡하는 것을 멈추게, 피부를 긁는 이들로 긁는 것을 멈추게, 통곡하는 이들로 통곡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이들로 자신의 궁전과 안뜰에서 나가게 하였다. 자신 역시 슬픔을 멈추고 신들께 제물을 바쳐 부족 제사를 드려 하늘로 제사의 향기가 올라가게 하였다 [18]. 이때 푸가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버지는 신들에 제물을 바쳤습니다. 부족의 제물이 하늘로 올라가게 하셨습니다. 하르나미유 부족의 제물이 별들에까지 (올라가게 하셨습니다.) 나를 축복해 주소서, 내가 축복 속에 가리다. 내게 힘을 주소서, 내가 힘있게 가리다. 나는 내 형제(*남동생)의 살해자를 치겠습니다. 내 부족의 후손을 멸망시킨 자를 멸망시키겠습니다!
- KTU 1.19 (AQHT C)의 넷째 단 [18] -
다니엘은 이런 딸의 말을 듣고 격려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내 생명을 걸고 (맹세한다)! 푸가투여 만세! 물을 관찰하는 여인 푸가투여, 물방울로부터 이슬을 연구하는 여인이여, 별들의 길을 아는 여인이여 성공할지니라! 그녀는 형제(*남동생)를 친 자를 칠 것이고, 그녀는 그녀의(*푸가투의 어머니를 지칭함; '어머니의'가 아니라 '부족의'로도 해석됨 [23]) 후손(*아이 [23])을 멸망시킨 자를 멸망시키리라!
- KTU 1.19 (AQHT C)의 넷째 단 [18-19] -
푸가투는 바다에서 몸을 씻은 후 붉게 칠했다 [19, 23]. 그녀는 바다 달팽이/고둥/조개로 얼굴과 어깨를 붉게 칠했다 [19, 23]. 그녀는 전사(Warrior)[23]의 옷을 입고, 쇠 주머니에 단도를 꽂았다 [19]. 칼집에 대검(sword)을 꽂았다 [19, 23]. 그리고 그녀는 전사의 옷 위에 여자의 옷(여신 아낫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을 나타낸다)을 입었다 (KTU 1.19 (AQHT C)의 넷째 단) [19]. 그녀는 얏투파누의 천막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얏투파누는 그녀를 아낫으로 착각하고 그녀에게 포도주를 바쳤다 [19]. 서사시의 기록은 여기까지만 보존되었지만, 그녀가 얏투파누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여성이, 그것도 여신이 아닌 인간 여성이 주인공인 몇 안되는 고대의 서사시인 <아크하투 서사시>는 남동생의 죽음을 되갚기 위한 한 여성의 여신과 그의 협력자를 향한 복수극을 그린다. 무모해 보이지만, 그의 아버지 다니엘은 다른 신화나 서사시 속 여성들의 아버지들과 달리 딸을 응원하고 축복하였다. 현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대의 서사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며, 또 많은 것들을 시사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1] 고대 근동 문학 선집 [ 양장 ] 김구원 감수 | 제임스 B. 프리처드 (지은이),주원준,김구원,강승일,김성천,김재환,윤성덕 (옮긴이)기독교문서선교회(CLC)2016-04-20원제 : The Ancient Near East: An Anthology of Texts and Pictures (1975년), p. 295.
[2]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52.
[3]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04.
[4]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p. 297-298.
[5]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17.
[6]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08.
[7]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p. 312-313.
[8]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14.
[9]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16.
[10]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p. 317-318.
[11]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19.
[12]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p. 321-322.
[13]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23.
[14]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24.
[15] Schmidt, Brian B. (1999), "Moon", in van der Toorn, Karel; Becking, Bob; van der Horst, Pieter W. (eds.), Dictionary of Deities and Demons in the Bible, Eerdmans Publishing Company, ISBN 978-0-8028-2491-2, p. 589.
[16] Theuer, Gabriele (2000). Der Mondgott in den Religionen Syrien-Palästinas: Unter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von KTU 1.24. Vol. 173. p. 484.
[17] Baruch Margalit (1989). Baruch Margalit (ed.). The Ugaritic poem of Aqht: text, translation, commentary. Walter de Gruyter. ISBN 978-0-89925-472-2.
[18]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25.
[19]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326.
[20] 고대 근동 문학 선집, p. 296.
[21] KAI 13.7-8, 14.8, 177.1; CTA 6.6.46-52, CTA 20-22 = KTU 1.161.
[22] Lewis, Theodore J. 1999. "Dead." In Dictionary of Deities and Demons, pp. 223–231.
[23] “I will slay my brother’s slayer.” (KTU 1.19 iv.28-49) https://mostlydeadlanguages.tumblr.com/post/168190278018/i-will-slay-my-brothers-slayer-ktu-119.
[24] Milgrom, Jacob; Wright, David Pearson; Freedman, David Noel; Hurvitz, Avi (1995). Pomegranates and golden bells: studies in biblical, Jewish, and Near Eastern ritual, law, and literature in honor of Jacob Milgrom (Illustrated ed.). Eisenbrauns. pp. 630–632. ISBN 978-0-93146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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