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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인류의 시작하면 아프리카가 떠오르듯이, 역사의 시작하면 수메르 문명을 떠올릴 것이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의 남단에서 꽃피운 이 문명은 최초의 문명이자 도시와 문자를 탄생시킨 문명의 요람이었다. 이 수메르 문명은 최초의 왕조 또한 가지고 있었다. 수메르의 왕조의 역사는 북쪽의 키쉬와 남쪽의 우루크를 중심으로 시작하였다. 우루크는 수메르의 중심도시이자 가장 막강한 도시였지만, 당시에는 한참 뒤에서야 세워진 도시인 키쉬에 정복당하여 키쉬의 왕 아가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우루크에는 우루크의 성벽을 세운 왕인 길가메시가 있었는데, 그는서사시를 통해 오늘날까지 알려진 전설적인 왕이었다. 하지만, 그 유명한 길가메시 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이 시기에 또 있었으니 바로 움마의 우슘갈(Ushumgal)이었다. 우슘갈은 수메르의 도시 움마의 최고 지도자이자 움마의 주신 샤라의 사제였다.
당시 움마에는 왕이 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지위를 누리던 지배계급의 사제가 있었고, 그 사제가 바로 우슘갈이었다. 기원전 2900-2700년 전 사이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석비(Stele of Ushumgal)에는 "큰 집회의 아가"라는 기록과 키쉬의 왕 아가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아가가 실존인물이었으며, 당시 움마의 우슘갈 역시 아가의 지배 아래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사용된다.
하지만, 우슘갈이 중요한 것은 그가 아가의 실존성을 증명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인 이유는 그가 자신의 딸 샤라-이기지-압주(Shara-igizi-Abzu)에게 토지 소유권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비석에는 450 이쿠(1 이쿠 iku = 392 에이커)의 땅과 집 3채와 소들과 나귀들과 양들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우슘갈의 모습, 그의 딸의 모습, 키쉬의 왕 아가를 포함한 계약의 증인들로 보이는 3명의 높은 계급의 남성들의 모습, 똑같이 증인 중 한 명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의 모습을 통해 계약이 아버지인 우슘갈과 그의 딸 사이에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대 시대에, 가부장적이기로 유명한 그 시대에 어떻게 아버지가 딸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었을까? 수메르 문명의 경우, 가부장적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절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여사제들과 높은 계급의 여성들은 존경을 받아왔고, 일반 남성들은 그들을 우러러 보며 두려워했었다. 또, 지난 글에서 알아 보았듯이, 초기 왕조 시대의 우루크, 우르, 아다브, 라가시, 움마에서는 여성들이 가축을 기르는 일이나 수공업 등에 종사하기도 하였고, 노동자들의 관리자로서 점토판에 이름을 남기고 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했었다. 때로는 남성 관리자들을 대체하거나 같이 일하기도 하였었다. 그렇기에 우슘갈의 딸이 재산을 상속받고 사회적 지위를 얻었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수메르 시대에 여성이 과대한 흉부나 둔부를 가진 모습이 아니라 머리 모양을 제외하고는 남성과 별차이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것과 우슘갈의 석비에서 우슘갈의 딸이 그러한 형태에서 크기 역시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보다 조금 큰 형태로 묘사되었다는 것은 가부장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참고:
- Podany, Amanda. Weavers, Scribes, and Kings: A New History of the Ancient Near East, pp. 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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