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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글: 성서가 의도한 창세기 1장의 창조의 진짜 의미 (feat. 에누마 엘리시, 우가리트 신화)
베헤못과 리워야단 글: 공룡과는 관련 없는 베헤못과 리워야단
창세기의 육식에 대한 글: 성서는 인류가 언제부터 육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가?
그동안 파충류로 오해받던 베헤못과 리워야단에 대해서 다루었으니, 이제 파충류 중 하나인 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또한 에덴에서의 타락사건 이후로 뱀이 기게 되었다고 주장을 한다. 하지만, 뱀은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인 중생대부터 기어다녔다. 그리고 창세기 3장 1절에 의하면 “들짐승 중 가장 간교하다”고 하였으나 이는 번역 오류이며, 영문으로 볼 경우 이는 “그 어떠한 야생 동물들 보다 더 간교하다”라고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강조는 개역개정, 킹제임스, 70인역, ISV 버전에서 모두 확인이 가능하며 이것들은 모두 뱀을 땅의 생물이라고 기록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ISV 버전에서 ‘뱀’을 ‘빛나는 자(shining one)’라고 번역하였는데, 이는 히브리어 단어인 "나하쉬 נחש"가 "뱀"이라는 뜻 외에도 신성한 존재(diviner), 속이는 자(deceiver), 계시자, 빛나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 21:9; 신 8:9; 수 6:19, 22:8; 사 16:21; 삼상 17:5; 삼하 8:10 에서는 ‘놋의 빛남(광택)’을 표현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Michael Heiser박사의 경우, 그의 저서 The Divine Council in Late Canonical and Non-Canonical Second Temple Jewish Literature에서 창세기 3장의 뱀을 의미하는 단어인 “나하쉬”는 위에서 나열한 뜻을 모두 의미해 빛나는 신성한 뱀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1]. 즉 “나하쉬”가 영적 존재였을 것이라는 말인데, 다니엘 10장 6절에서는 “나하쉬”가 어근인 단어를 이용하여, 신의 빛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에스겔 1장 7절에서는 신의 보좌를 지키고 있는 케루빔 천사들의 모습을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는 것은 “나하쉬”가 영적 존재를 의미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뱀의 모습을 한 영적 존재가 있었는가? 정말 놀랍게도 뱀의 형상을 천사가 성경에는 등장한다. 이사야 6장 2절에서는 “스랍/세라핌 Seraph”이라는 계급의 천사들을 언급하는데, 스랍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집트어에서 뱀을 뜻하는 단어에서 기원했으며, 히브리어로는 불타는 뱀을 뜻한다. 더군다나 민 21:6-8, 신 8:15, 이사야 14:29, 30:6에서는 뱀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고, 이사야 6:2에서는 스랍 천사를 직접 본 선지자 이사야의 시대인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사람인 남유다 아하스 왕의 신하 Ashna의 인장에서는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유다 왕국의 왕실 인장들에서도 날개 달린 뱀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아브라함의 계시록 23장 5절에서는 에덴의 뱀이 이사야서에서 묘사하는 여섯 날개가 달린 뱀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 Two bullae believed to date from late 8th century Judah that feature the winged uraeus (serpent). Each seems to have been the royal seal for a specific city named in the bulla. The one on the left reads: צעננם למלך (“Tza’ananim, belonging to the king”) and the one on the right reads פקה למלך (“[A]pheka, belonging to the king”). Both cities are mentioned in the Bible. Credit: Robert Deutsch, “Six Hebrew Fiscal Bullae from the Time of Hezekiah. https://www.thetorah.com/article/nehushtan-the-copper-serpent-its-origins-and-fate
※ The image of the seraph as a snake probably comes from Egyptian art. (The term ‘seraph’ means both fiery and snake; the idea is probably that the snake’s venom is fiery, i.e., the victim of a snake bit feels a burning sensation) There are eighth century B.C.E. stamp seals from ancient Judah that portray the seraph, and the image is similar to a snake common in Egyptian art of that era and earlier. https://www.bibleodyssey.org/ask-a-scholar/seraphs/
그렇다면, 에덴의 뱀은 세라핌 계급의 천사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왜 들짐승과 비교가 된 것이었을 까? 아주 고대의 중동에는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구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든 구분된 영역들을 하나로 묶어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고, 고대 중동의 사관을 보여주는 전도서(3:18)에서 사람을 한 짐승의 종류로 분류했기에, 생명이 있는 모든 하나님의 창조물들은 인간이든 천사든 짐승으로 기록되었을 수 있다 [1]. 그래서 이렇게 뱀의 형상을 한 세라핌 계급의 천사로 보는 것은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영적 존재라면 왜 기고 흙을 먹으라는 저주를 내리셨는가? 이집트 제5에서 6왕조 사이의 시기에 기록된 종교 문헌인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에서는 파라오의 사후 여정을 막는 명계의 뱀의 형상을 한 마물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을 막기 위한 주문들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은 뱀들에게 "lie down," "fall down," "get down," or "crawl away"(Pyramid Text 226, 233, 234, 298, 386)하라는 내용으로 창세기에서 뱀에게 내려진 저주인 "crawl on your belly"와 동일하다. 즉, 뱀이 다리를 잃는다는 표현보다는 공격하려고 고개를 치켜세우는 자세에서 고개를 숙이는 유순한 자세를 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 또,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 237)에서는 "Spittle in the dust", 즉 뱀을 흙(먼지)로 내쫓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후세계의 뱀을 향한 저주인데, 흙으로 내쫓는다는 것이다.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 VII:184-188)에서는 사후세계를 흙(먼지)의 집으로 묘사하며, 성경의 욥기 17:16에서도 사후세계인 스올을 흙(먼지)의 장소로 기록하고 있는 것은 흙을 먹는다는 저주가 문자 그대로 흙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지옥으로 쫓겨날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님의 천사 중 하나였고 지옥으로 떨어질 운명인 자는 성경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명, 사탄이다. 요한계시록 20:2에서는 사탄을 옛뱀, 즉 에덴의 뱀이라고 하였으며, 이사야 14:15에서는 사탄이 결국 스올로 떨어짐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사야 14:19에서는 사탄이 밟힌 시체와 같이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창세기 3:19에서는 여자의 후손, 곧 그리스도께서 그의 머리를 밟아 부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성경의 기록은 에덴의 뱀은 실제 뱀이 아니라 영적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탄을 가리켰을 것임을 보여준다. 필자의 경우, 후술하겠지만, 이러한 타락 신화를 역사적이라고 보지는 않고, 오히려 후대인 바빌로니아 유수기 (BC 6세기) 동안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 내에서의 뱀은 일반적인 뱀이 아니라 성서 속 사탄을 가리켰을 것이라고 본다. 마치 베헤못과 리워야단이 그냥 황소와 고래가 아니라 가나안 신화 속 신적 존재들인 엘의 황소 아틱과 엘의 아들 얌의 하수인이자 일곱 머리 달린 용 리탄인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외경인 바룩 제3서(그리스어본) 제4장 8-9절에서는 직접적으로 사탄이 선악과를 통해 인류를 타락시킨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참고:
[1] InspiringPhilosophy, Genesis 3a: The Serpent.
[2] John H. Walton, "The Lost World of Adam and Eve", pp. 12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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