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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최초의 인류보다는 창조주가 세운 에덴을 경작한 사람이었다면, 하와는 어떠할까? 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녀 역시 최초의 인류와는 거리가 멀다. 창세기 2:21에서는 아담의 아내 이브(하와)가 그의 갈빗대/갈비뼈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기록하나, 모순적이게도 2:23에서 아담은 그녀를 만드는데 사용된 재료가 그의 뼈 하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살 중의 살"이라고 칭한다. 2:21의 갈빗대로 번역된 히브리어 "첼라 צלע"는 갈비뼈라는 뜻 보다는 주로 옆면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출 25:14에서는 법궤(언약궤)의 한 면 전체를, 삼상 16:13에서는 언덕의 한 면 전체를, 왕상 6:5, 15-16에서는 방들이나 기둥들의 옆 면 전체를 칭할 때 사용되었다 [1]. 같은 기원을 둔 아카드어 "첼루(sēlû)" 역시 갈빗대 하나 보다는 주로 사람의 반쪽 전체나 갈빗대 전체의 반쪽이나 건물의 옆면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1]. 이는 갈비뼈 하나를 창조주가 빼서 이브를 창조했다는 일화가 번역 오류였으며, 올바른 번역은 창조주가 아담을 문자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렸고, 한 쪽은 아담으로 남았지만, 다른 한 쪽은 이브가 되었다는 것이다 [2]. 사람이 반으로 갈라 찢겼는데, 살아있거나, 멀쩡히 자기 반쪽한테 인사하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는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창세기 2:21은 이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2:21에는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라는 표현이 아담을 반으로 찢기 전에 등장한다. 여기서 "깊은 잠 תַּרְדֵּמָ֛ה"은 정상적인 잠이 아니다. 깊은 잠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타르데마 תַּרְדֵּמָ֛ה"는 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외란을 모두 차단한 잠을 의미하는데, 창 15:12에서는 아브라함이 주와 언약을 맺는 환상을 보기 전에 잔 잠으로, 욥 4:13과 33:15에서는 엘리바스와 엘리후가 사람이 환상을 보기 전에 자는 잠으로 단 8:18, 10:9에서는 다니엘이 환상을 보기 전에 잔 잠으로 등장하기에 일반적인 잠이나 그저 깊은 잠이 아니라 신이 환상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에게 주는 잠으로 환상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기 전에 언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즉, 2:21부터 나오는 이브의 창조는 창조주가 아담에게 보여준 환상으로, 아담이 깊은 잠에 빠져 자신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갈라진 반쪽이 이브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그저 아담에게 이브는 자신의 반쪽과도 같으며, 그녀 없이 그는 반쪽 밖에 없는 불완적인 존재를 보여주기 위한 환상이자 이 환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는 곧 이브가 갈비뼈 하나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며, 그녀가 어떻게 기원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이야기 상으로는 아담처럼 창조주에 의해 세워진, 그러니까 에덴을 경작한다는 새로운 목적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아담과 이브는 최초의 인류보다는 창조주에 의해 에덴을 경작하기 위해 따로 부름을 받아 세워진 부부였다는 것인데, 이는 성서적인 관점에서도 문제가 없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 4:14에서 아담과 이브의 아들 가인/카인이 동생을 살해한 후, 자신을 만나는 자마다 자신을 죽일 것이라 신께 말한 것과 창세기 2:24에서 아담이 이브와 만난 후 그들의 결혼을 설명할 때 마치 아담에게 아버지나 부모가 있는 것과 같은 설명은 한 때 창세기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자 그들이 최초의 인류이자 아담과 그의 가족 곧 이브와 가인과 아벨이 당시의 유일한 사람들이었다는 보수적인 해석의 모순점으로서 작용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원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이 최초의 인류나 유일한 인류가 아니었으며, 그저 성서에서 많은 나라들 가운데 이스라엘이나 유다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기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 선택을 받은 부부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또 이는 더 나아가 서두에 언급했듯이 창세기 1-2장이 물질적인 창조가 아니라 기능적/역할적 창조였음을 증명한다. 마이클 헤이서 (Michael S. Heiser) 박사가 제시하였듯이 창세기 1장에는 에덴이나 에덴동산은 등장도 하지 않기에 1장의 창조 이야기는 에덴 밖의 모든 인류에 대한 것이 뚜렷하며, 창조주가 그들에게는 그들이 닿는 모든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고 명한 반면에 2장은 구체적으로 에덴 안의 두 명인 아담과 하와에 대한 것이며 그들은 에덴동산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4]. 1장의 사람들에 대한 언급, 2장의 남자가 부모를 떠난다는 언급, 4장의 가인이 두려워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모두 아담과 하와가 최초의 인류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해준다.
※ 이브가 모든 산 자의 어머니라 성서에 기록되었기에 그녀를 인류의 시조로 보는 이들은 이러한 글에 극심한 반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다음 글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정말로 모든 인류는 하와의 후손일까?
참고:
[1] Ziony Zevit, What REally Happened in the Garden of Eden, p. 143
[2] InspiringPhilosophy, Genesis 2: The Dust and The Rib. https://youtu.be/mw2LCTQHMUI
[3] Michael V. Fox, The Anchor Yale Bible - Proverbs 10-31: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p. 513
[4] Michael S. Heiser, Taking Genesis 1-3 at Face Value: Is it Compatible with Recent Genom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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