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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아담과 하와를 최초의 인류로 보지 않는 것은 고고학적으로도 일치하는 해석이다. 고대 수메르의 기록에는 아담이 최초의 인류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록이 존재한다. 고대 수메르 시대의 기록인 “수메르 왕명록 Sumerian King List”에는 대홍수 전 왕들의 목록이 등장한다. WB 444 토판은 홍수 전 왕들을 8명(지우수드라를 포함한다면 9명)으로 기록하는 한편, WB 62 토판은 창세기 5장과 동일하게 10명(지우수드라 포함)을 기록한다. 왕명록은 WB 444와 62토판 모두 홍수 전 왕들의 족보를 기원전 5500-5000년대 사이에 세워진 수메르 최초의 도시 에리두(Eridu)의 왕 알룰림(Alulim)으로 시작해 마지막 왕이자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로부터 살아남은 지우수드라(Ziusudra)로 끝나는데, 지우수드라가 창세기의 노아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창세기 5장과 수메르 왕명록의 각 인물들을 연결한다면, 아담은 알룰림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알룰림은 "붉은 사슴의 뿔 horn of the red deer" 또는 "붉은 사슴의 씨 seed of the red deer"라는 뜻의 이름인데, 이는 아담(אדם)이 "붉다/붉은"이라는 뜻의 이름이라는 것과 닮아있다.
- 참고로, 이외에도, 수메르 왕명록의 WB 62토판에서 창세기의 족보 속 에녹의 위치에 해당하는 인물인 엔-시파드-지드-아나/엔씨파지안나(En-sipad-zid-ana)는 라락(Larak)의 왕으로, 에녹과 그 어떠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지만, WB 62토판과 달리 지우수드라를 왕 중 하나로 언급하지 않고 길<길가메시 서사시 Epic of Gilgamesh>에서 지우수드라/우트나피쉬팀의 부왕으로 언급되는 우바라투투(Ubara-Tutu)를 슈루팍의 마지막 왕으로 언급하는 WB 444 토판의 엔-멘-두르-아나/엔메두르안키(En-men-dur-ana/Emmeduranki)는 비록 WB 62 토판의 순서 속 위치는 창세기의 족보 속 므두셀라와 같지만, WB 444 토판 내에서의 위치는 에녹과 동일하며, 태양신 우투/샤마쉬(Utu/Shamash) 신앙의 중심지인 짐비르/씨파르(Zimbir/Sippar)의 왕이었다는 것과 한참 후대인 기원전 165년경인 헬레니즘 시대의 기록인 <우루크 왕들과 현자들의 목록 Uruk List of Kings and Sages>에서 그의 치세 동안 그의 고문으로 있었던 현자(아프칼루 Apkallu) 우투압주(Utuabzu)의 칭호가 "하늘로 승천한 이 who ascended to heaven"이라는 것은 창세기의 에녹이 365세의 수명 곧 태양력으로 1년인 365일을 연상시키는 수명을 살았다는 기록과 그가 하늘로 승천했다는 기록과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 물론, 에녹을 수메르 신화에서 대홍수 이후의 현자/현인인 에리두의 아다파로부터 파생된 문학적 인물이라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뒤에서 언급할 아다파는 분명히 수메르 기록에서는 대홍수 이후의 인물로 등장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우루크 왕들과 현자들의 목록>을 포함한 후대의 기록들에서는 대홍수 이전의 인물이자 최초의 왕인 알룰림/아얄루(Ayalu)의 고문으로 있었던 현자로 등장한다.
- 엔메두르안키와 관련된 전설은 수메르 시대나 고 바빌로니아 시대가 아니라 한참 후대인 이신 제2왕조 시대의 네부카드네자르 1세(Nebuchadnezzar I, 기원전 1121-1100년)의 치세 때 만들어졌는데, "엔메두르안키 전설(Enmeduranki legend)" 또는 "왕권의 씨앗 The seed of kingship tablet K 4874"으로 알려진 이 신화는 네부카드네자르 1세가 수메르의 슈루팍의 홍수가 있기 전에 씨파르/시파르의 왕인 엔메두르안키와 그가 혈통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그가 엔메두르안키의 자손임을, 그리고 마르둑 신이 자신에게 완전한 지혜를 부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수메르 왕명록에서는 그에 대한 별다른 기록이 없고, 그는 그저 최초의 왕인 모습으로만 등장하지만, 수메르의 도시 우르(Ur)에서 발견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또 다른 고대 수메르의 기록인 홍수 신화 기록(UET 6, 61+503+691(+)701 또는 UET 6, 61 + UET 6, 503 + UET 6, 691 (+) UET 6, 701)[1]에서는 그에 대한 훨씬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UET 6, 61+503+691(+)701에서는 지우수드라가 다스리던 도시 슈루팍(Shuruppak)의 홍수가 있기 전, 신들이 자신들이 창조한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에리두의 알룰림을 택하여 그에게 새 이름 알룰림을 주고, 또 그로 모든 사람들의 목자이자 지도자가 되고, 에리두의 왕이자 수메르의 첫 왕이 되게 하였다고 기록한다. 마치 우리가 이제까지 아담에 대해서 해석했던대로 말이다. 이야기상으로 아담은 실로 에덴에서 활동하던 최초의 왕이었겠지 최초의 인류는 아니었을 것이다.
토판의 앞면:
1 그들은(최고 신들) 인간(인류)을 만들었다
1 They (the chief deities) created humanity
2 동물들이 그 아래서 번성한 후에
2 After the [animals/vermin?] were proliferating below/from the earth in unison
3 그들은 에덴(평야)에 적합한 가축들과 네발 달린 동물들을 두었다
3 They made livestock and quadrupeds as fitting things in the steppe(eden-na)
4 그 위의 에덴에 ... 사방에 기쁨의/기쁨을 주는 식물들
4 In the high steppe ... joyous plants broadly
5 그 때는 수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때였다 ...
5 At that time, the canal was not dug ...
6 그 때는 수로와 제방이 [만들어지지 않은 때였다] ...
6 The dike and ditch [were not dredged(?) ...]
7 소 ... 그 쟁기/농부(?)
7 The ox ... the plow/farmer/furrow(?) ...
8 그 땅들 ... 하나의 길 ...
8 The lands ... a single track ...
9 인류는 ... 그들의 눈/얼굴 ... [비?]
9 Humanity ... their eyes/faces ... [rain?]
10 슈무간(동물과 목자의 신)은 사막으로 [가지(?) 않았다] ...
10 Šakkan/Šumugan [did not go out(?)] in the desert ...
11 모자(?)에 쓸 직물을 짜고
11 Weaving the cap/headcloth(?) ...
12 인류 ...
12 Humanity ...
13 그 때에는 뱀이 없었고, [전갈도 없었으며 ...]
13 At that time, the snake was not present, [the scorpion was not present ...]
14 사자도 없었고, [하이에나도 없었으며 ...]
14 The lion was not present, [the hyena was not present ...]
15 개와 늑대도 없었으니 ...
15 The dog and wolf were not present ...
16 인류에게 [적이 없었다 ...]
16 Humanity [had no opponent ...]
17 공포와 [소름(?)이 없었다 ...]
17 Fear and [gooseflesh(?) were not present ...]
18 ...
18 ...
19 왕 ...
19 The king ...
20 ...
20 ...
토판의 뒷면:
1 첫째로, ... 아살루히에게 [에리두]를 주었다
1 First ... were giving [Eridu or Ku’ara?] to Asalluhi,
2 둘째로, [산파 누긱에게 바드티비라]를 주었다
2 Second ... were giving [Bad-tibira to the nugig midwife?],
3 셋째로, ... [라락크]를 파빌상(파빌삭)에게 주었다
3 Third ... were giving [Larak[ to Pabilsaĝ,
4 넷째로, ... [씨파르(짐비르)]를 [우투]에게 주었다
4 Fourth ... were giving [Sippar to Utu?]
5 다섯째로, ... [수드]에게 슈[루팍]를 주었다
5 Fifth ... were giving Š[uruppak?] to [Sud?].
6 그 도시들 ... 그들의 정착지들 ...
6 Those cities .. their settlements ...
7 안, 엔릴, [엔키?], 닌후르상(닌후르삭)
7 An, Enlil, [Enki?] and Ninhursaĝ
8 그 도시들 중(?) 에리두 ... 그들은 지도자(?)로 세웠다
8 Among(?) those cities, Eridu .. they established at the front/as the leader(?)
9 그들은(최고 신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누워있던(?) 한 사람을 이끌었다
9 They led(?) a man who was lying(?) among its vast and many people ...
10 신들(?)의 아버지(들) 안, 엔릴, 엔키
10 An, Enlil, and Enki, the father(s) of the gods(?)
11 그들은 알룰림을 그 많은 사람들 곧 인류 전체를 다스리는 목자로 택하였다
11 They chose Alulim/the "seed of the red deer" for the shepherdship of the entirety of the many people
12 그들은 그(!)를 알룰림이라 하였다 ...
12 They named him(!) Alulim/named the "seed of the red deer" ...
13 그후, 그들은 명령을 따라 섬겼다
13 After they served according to the command to check thusly/forever after(?)
14 [그래서?] 인류는, 이름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그의 길(?)을 따르기/복종하기 위해 그의 발을 붙잡았다
14 [So that?] humanity, whoever possessed a name, were grasping his feet (in submission)/following his path(?)
15 그들은 그의 손에 범죄와 죄(?)를 두었다
15 They put both (capital) offense and sin(?) in his hand
16 ... 그에게 ... 주었다
16 was giving ... to him
17 ...
17 ...
18 ...
18 ...
참고로,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들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고대 수메르의 <아다파 서사시/아다파와 남풍 Epic of Adapa/Adapa and the South Wind>가 있다. 기원전 13세기의 '신-리키-우닌니 Sîn-lēqi-unninni'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기원전 29-27세기 사이의 인물)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과 전승들을 집대성하여 기록한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길가메시의 영웅적인 이야기와 홍수 신화 이야기 뿐 아니라 창세기 속 이브/하와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건네주는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여자인 샴하트를 통해 교육을 받고 지성을 얻어 짐승들이 있는 숲에서 나와 도시의 문명인으로 엔키두의 이야기와 뱀의 유혹으로 인해 영생을 잃게 된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딜문에 관한 신화인 <엔키와 닌후르상 Enki and Ninḫursaĝ>에서 엔키는 여신 닌후르상과 함께 만든 낙원 딜문에서 닌후르상이 만든 8가지 식물들을과 그 열매들을 몰래 먹어 저주를 받아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었고, 이후 닌후르상에 의해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갈비뼈를 치유하기 위해 "생명의 여주인"이라는 뜻의 이름을 한 여신 닌티(Ninti)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 역시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연상케한다.
그리고 앞서 다룬 수메르 왕명록이나 우르에서 발견된 홍수 신화 기록(UET 6, 61+503+691(+)701)과 같은 시기의 기록인 <아다파 서사시/아다파와 남풍 Epic of Adapa/Adapa and the South Wind>에서는 뱀과 초목과 나무와 저승의 신인 닌기쉬지다(Ningishzida; "좋은 나무[의] 주인 Lord [of the] Good Tree"이라는 뜻)와 다른 신들 앞에서 영생의 음식과 생명의 물을 마시기를 거부해 영생의 기회를 잃게 된 에리두의 현자 아다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 아다파는 수메르 최초의 왕 알룰림과 동일하게 에리두 출신이었으며, 지우수드라/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후 키시의 왕이 수메르 땅을 치리했지만 백성들이 방황해 신들이 새로 세운 목자/지도자였다 [2].
- 아다파 서사시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에리두의 주신 엔키(에아)에게 제물로 바칠 물고기들을 잡던 아다파는 남풍의 방해를 받는다; 화가 난 아다파는 마법 주문을 걸어 남풍의 날개를 꺾어 버린다; 이 때문에 남풍이 7일 동안 일을 못하자 엔키의 아버지이자 수메르의 최고 신인 안(아누)는 진노하여 신들의 집회를 소집하고 아다파를 소환한다; 자신에게 임박한 심판을 알아챈 아다파는 엔키에게 조언을 구하고 엔키는 천계의 문지기인 닌기쉬지다와 두무지를 만나면 그들에게 자신 곧 아다파가 그들을 아알며 기억한다고 말을 하여 아첨을 할 것을 당부하는데, 이렇게 되면, 그들이 안에게 아다파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말할 것이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다파에게 안이 주 죽음의 음식일지도 모르는 음식을 무턱대고 받아먹었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 아무것도 받아먹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동시에 기름을 발라주거나 옷을 준다면 기꺼이 받으라 조언한다; 아다파는 천계로 올라가서 엔키의 조언대로 행한다; 닌기쉬지다와 두무지와 안은 모두 아다파의 태도에 감동하였고, 안은 아다파에게 죽음의 음식이 아니라 영생의 음식과 생명의 물을 하사한다; 하지만, 아다파는 이를 거절하였고, 엔키가 자신에게 이를 거절하라고 명했다고 이야기한다; 안은 엔키의 행동을 비웃으며, 그가 생명의 음식을 거절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사람들이 질병을 겪게 될 것이지만, 닌카락(Ninkarrak; 의술과 치유의 신)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아다파는 지구로 돌려보내진다.
참고:
[1] Peterson, J. (2018). The divine appointment of the first antediluvian king: Newly recovered content from the ur version of the Sumerian Flood Story. Journal of Cuneiform Studies, 70(1), 37–51. https://doi.org/10.5615/jcunestud.70.2018.0037.
[2] Antoine, Cavigneaux (2014), "Une version Sumérienne de la légende d'Adapa (Textes de Tell Haddad X)", Zeitschrift Für Assyriologie (in French), vol. 104, pp. 1–41, doi:10.1515/za-2014-0001, S2CID 16226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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